 [테러] 美 피의 화요일-대규모 참사 전세계 경악!  >> 뉴욕시각 기준 8시50분, 보스턴을 출발해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중
공중납치된 아메리칸 항공의 보잉 767기가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가운데 북쪽 건물의 상층부에 충돌.
>> 9시8분, 아메리칸항공의 보잉 757기가 남쪽의 다른 쌍둥이 건물에 충돌.
>> 9시30분, 워싱턴의 국방부 건물에 비행기 충돌.
>> 9시50분∼10시30분.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건물 2채 붕괴.
>> 10시, 뉴저지주 뉴욕발 샌프란시스코행 유나이티드 항공소속 보잉 757기가
피츠버그 남동쪽 80㎞지점에 추락.(MBC TV)
>>한 시간 만에 전세계를 충격에 휩싸이게 한 소위 '미국 테러 대참사'사건의 전말이다.
 생방송, 죽음의 비행
이번 사건 역시 'CNN LIVE'를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가 되었다. 제2차 충돌, 세계무역센터 건물의 붕괴 장면은, 현실감조차 사라지게 할 만큼 경악을 불러 일으켰다. 수백 명이 탑승하고 있는 여객기가 상주인구 수 만 명인 대형빌딩에 정면으로 충돌하여 폭발하는 장면은, 그 화염 속에 사라지는 수많은 숨결조차 차가운 모니터 속에 감춘 채, 하나의 '영상'이 되어 전세계의 시청자 앞에 실시간으로 중계가 되었다.
놀랄 정도로 많은 소식들이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이번 테러의 배후, 테러의 대상이 된 세계무역센터와 국방부건물, 부시 행정부의 외교 정책,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 이스라엘과 아랍권의 갈등, 세계 3차 대전의 가능성 등등. 수많은 논의들이 봇물 터진 듯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바라보면서,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들을 크게 나누어보면, 이 사건이 발생하게된 원인과 사건이 지닌 의미, 앞으로 끼칠 영향에 대한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의의 심판 - 미국의(?), 아랍의(?)
이번 사건은 테러의 규모가 상상을 초월했을 뿐만 아니라, 그 방법 또한 상식을 벗어나고, 그 대상이 미국 경제, 정치, 군사의 심장부였다는 점에서 미국 사회뿐만 아니라, 전세계에 극심한 혼란을 가져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이러한 테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원인이 무엇인가 하고 이야기했을 때에는 무엇보다 '부시 행정부'의 등장 이후, 미국의 이익과 위상을 최우선하는 '힘의 논리'를 바탕으로 한 미국의 외교 정책이 발단이 아닌가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문제, 미사일 방어 체계 추진, 도교 기후 협약, 유엔 인종차별철폐회의 등에 있어서 미국이 취한 행동은 다른 국가의 동의나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보다는 자국의 입장과 이익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으로 비난받아 왔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듯이, 아랍권에서의 반미 감정은 이미 '폭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보복'과 '전쟁'이 이야기되고, 걷잡을 수 없는 '위기'와 혼란으로 치달을 수 있는 이번 사건이 '미국인의 자유와 이익, 자존심'을 위한 '분풀이'로 이어질 경우, 이전의 그 어떤 '전쟁'보다 참혹한 결과와 증오를 남길 것이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서, 이번 사건을 '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선과 악의 싸움', '정의의 심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과연 그가 생각하는 '선'과 '정의'가 무엇인지, 그러한 선언이 가져올 수 있는 '참혹한 인간성'의 파괴에 유일한 '패권 국가'의 수반으로써 어떠한 책임의식을 지니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죽음이 아닌, 우리의 죽음
사건의 원인에 대해서 어떠한 입장을 지니고 있든지 간에, 수 만 명의 목숨이 한 순간에 사라진 엄청난 충격을 목격한 우리는 '그들'의 죽음을 어떠한 방식이든 자기 나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영화'와 같다며 경탄과 '웃음'을 띄기도 하며, 부상당한 사람들, 죽음에 이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한다. 뉴욕이나 워싱턴에 친인척이 있는지 확인을 하기도 하며, 사상자의 숫자를 확인하며, 그 숫자의 크기에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그 어떤 태도이든지 간에, 지금 우리에게 다가온 사건은 '그들'의 죽음임에 틀림이 없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 '무감각 - 안타까움 - 애도 - 절규'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차이가 '테러'에 찬성하거나, '죽음'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다만 각자에서 다가온 수많은 사건의 의미 중에서, 지금 이야기하고 있는 맥락에서 불가피하게 하나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는 것뿐이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들에서 볼 수 있듯이, '테러에 찬성하는 것은 아니지만'으로 시작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수'와 '증오'로 인한 '집단 죽음'의 현현, 정치적, 종교적 의미 안에 소멸되어버린 '인간성'의 상실은, 결코 나를 포함한 '우리'와 뗄 수 없는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침묵'되거나, '회피'되는 것이 사실이다. '죽은 사람만 불쌍하지'라는 말은 할 지라도, 무엇이 그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고, 그 '죽음'에 나는, 우리는 어떻게 자리를 잡고 있는지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의 죽음이 아니라, '그들'의 죽음이 되는 순간, 철저히 '책임'은 회피되기 때문이다.
심리적 공황 - 상실의 논리를 넘어
'미국이 기침을 하면, 일본은 감기에 걸리고, 한국은 폐렴에 걸린다'는 말이 있다. 한미일 간 지배-종속적인 경제 관계 구조를 드러낸 말이지만, 이번 미국에서 발생한 참사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역시 이번 사건으로 '직격탄'을 맞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지닌다는 점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심리적 공항'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다. '미국=세계'라는 도식 속에 함몰되어 있는 대다수 사람들의 입장에서 볼 때, 어떤 신문기사의 표제처럼 '미국이 공격당했다'는 충격은 쉽게 가라앉히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왜 이러한 방식으로 이번 사건을 받아들이는가'라는 질문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랑스의 시라크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모든 한국인의 심정은 미국 국민과 같습니다.'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고, 우리 경제에 미칠 어두운 전망을 걱정하는 것만으로 이번 사건은 충분히 이해된 것일까? 하나의 전지구적인 '쇼'로 관람하고 그쳐야 하는 걸까? 수 십 시간 CNN의 '뉴스 속보'를 보면서 당신은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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