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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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9
분류	시
등록일	2001/7/4(수)

[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햇볕은 싫습니다. 그대가 오는 길목을 오래 바라볼 수 없으므로,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비에 젖을수록 오히려 생기 넘치는 은사시나무, 그 은사시나무의 푸르름으로 그대의 가슴에 한 점 나뭇잎으로 찍혀 있고 싶었습니다. 어서 오세요, 그대. 비 오는 날이라도 상관없어요. 아무런 연락 없이 갑자기 오실 땐 햇볕 좋은 날보다 비 오는 날이 제격이지요. 그대의 젖은 어깨, 그대의 지친마음을 기대게 해주는 은사시나무. 비 오는 간이역, 그리고 젖은 기적소리. 스쳐 지나가는 급행열차는 싫습니다.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려 차창 너머 그대와 닮은 사람 하나 찾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비에 젖으며 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그대처럼 더디게 오는 완행열차. 그 열차를 기다리는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습니다.

번호	♤	제 목	첨부	분류	작성일	조회

20		[시] 신혼부부를 위하여		시	07/04-06:09	245

19		[시] 가끔은 비 오는 간이역에서 은사시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정하-		시	07/04-06:06	281

18		[시] 길 가는 자의 노래 -들풀, 나비 -류시화-		시	07/04-06:04	242

17		[시]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류시화-		시	07/04-06:03	251

16		[시] 모자라는 것이 너무 많아요 -원태연-		시	07/04-05:58	1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