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하철 참사] 암흑속 불길.연기 퍼져 아수라장 
[대구지하철 참사] 암흑속 불길.연기 퍼져 '아수라장'
停電되며 "불이야" 승객 출입구로 몰려
지하 1, 2층 상가·대합실까지 연기 꽉차
"퍽" "불이야-."
2/18일 오전 9시55분쯤 대구지하철 1호선 2호 객차 안. 순식간에 불길이 바닥에 번지자 객차 안은 비명소리로 뒤덮였다.
30여명의 승객이 앞다퉈 출구 쪽으로 빠져나가느라 지하철 승강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뒤쪽 객차에 탄 승객들은 한동안 어리둥절해하며 우왕좌왕하다 앞 객차 내에서 불길이 치솟자 우르르 출입문 쪽으로 내달렸다.
불길이 치솟으면서 금세 매캐한 연기가 승객들을 덮쳤다. 경보 사이렌이 울리긴 했지만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승객들에겐 제대로 들릴 리 없었다.
이날 달서구 대곡역에서 출발한 객차는 도심 한 가운데인 중앙로역에 미끄러지듯 진입했다. 출근 시간을 넘긴 때여서 객차 안은 한산했다.
노인대학에 가는 사람, 학원 수강생 등 낮시간 일을 보려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모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덜커덩거리는 소음만 빼면 정적이 흐르는 분위기였다.
이때 출입문 옆 쪽에 앉아 있던 용의자 김대한(57)씨가 감색 가방 속에 든 흰색 플라스틱통의 뚜껑을 열었다. 가방 위에는 통의 주둥이만 조금 나와 있었다.
승객들은 金씨의 행동을 별 생각없이 지켜봤다. 金씨는 그때 라이터를 켰다. 미심쩍게 지켜보던 맞은편 승객 전융남(62)씨가 "왜 거기서 위험하게 라이터를 켜느냐"고 지적하는 순간 金씨가 안고 있던 플라스틱통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金씨는 플라스틱 통을 바닥에 뿌리듯이 버리고 뒷문으로 빠져나갔다. 그 자신도 다리에 불이 붙은 뒤였다. 고통스러운 나머지 승강장에서 데굴데굴 구르는 그에게 승객들이 윗옷을 벗어 불을 껐다. 하지만 이때 객차 안의 불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었다.
승객 박준민(23.영남대1)씨는 "金씨 몸에 붙은 불을 끄고 보니 검은 연기가 구내를 뒤덮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한창 불이 붙고 있는 사이 맞은편 방향 안심역에서 출발한 전동차가 중앙로역으로 들어왔다. 대부분의 승객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고 있었다.
맨 앞쪽 객차에 타고 있던 김종신(52.동구 신암3동)씨는 직감적으로 사고임을 알아차렸다. 전동차가 멈춰서자 비상벨을 통해 기관사를 호출했다. 밖에는 연기가 들어차고 있었다.
기관사에게 "불이 난 것 같다"고 했지만 그는 별다른 말 없이 "금방 열차가 출발한다"는 방송을 했다.
金씨는 승객들에게 "불이 났다"며 대피하라고 소리를 질렀다. 문이 열리면서 객차 안의 모든 불이 꺼지고 승강장은 칠흑으로 변했다. 연기가 코를 찔러 숨쉬기가 힘들었다. 10여명의 승객과 함께 웃옷으로 코를 막고 벽을 더듬어 길을 찾았다.
"너무 어두워 라이터를 켜면서 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어디가 어딘지 분간할 수 없더군요."
그는 "이제 죽는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엉금엉금 기다시피 계단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소방관들이 비추는 랜턴빛을 발견했다. 소방관들에 의해 구조된 金씨는 병원으로 후송됐다.
지하 3층에서 발생한 불은 지하 1, 2층을 순식간에 덮치면서 지하상가와 대합실에 있던 승객.시민들까지 덮쳤다. 불과 20여분 사이에 일어난 참사였다. 지하철 출입구에서는 여전히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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