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장병 상식 바로잡기 위장병 상식 바로잡기
공자가 제자 안회에게 말했다.
"한 도시락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을 마시고 누추한 집에 있으면 사람들이 근심을 견디지 못하거늘, 안회는 그 속에서도 즐거우니 어질도다."
조선 후기의 잡가 '유산가'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대나무 지팡이에 짚신 신고 표주박 하나 들고 머나먼 강산에 들어가니, 온 산에 가득한 붉은 꽃과 푸른 초목은 일 년에 한 번씩 다시 피어 봄빛을 자랑하…"
수능 문제를 풀 듯이 풀어보자. 이 두 구절에서 유추할 수 있는 말은 무엇일까?
답은 일단사일표음(一簞食一瓢飮) 혹은 단표누항(簞瓢陋巷). 한 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 누추한 집에서도 만족하며 살 수 있는 도인의 면모가 배어나오는 구절들이다.
그러나 밥 한 그릇과 물 한 잔이든, 죽 한 그릇이든, 저칼로리로 짜여진 식단이든, 눈앞에 진수성찬을 대령하든 도저히 만족하여 즐길 줄 모르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의 이름은 바로 위장병 환자집단.
맵고 짠 것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 덕분에 위와 관련된 각종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고, 위장병 걸린 것도 서러운데 잘못 알려진 위장병 상식으로 멀쩡한 음식을 못 먹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이들의 고민을 조금이나마 풀어보자.
위가 처지는 것은 병이다?
위하수는 위의 아랫부분이 골반으로 내려와 있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위가 처진 것과 소화능력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심한 당뇨로 인한 케톤혈증 환자나 거식증 환자에게서 위가 늘어난 것을 볼 수는 있지만, 위하수 자체가 병은 아니다.
단순히 말하자면 키가 크고 날씬한 사람은 일반적으로 위뿐 아니라 뱃속의 장기가 늘어져 있고,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은 위와 간 등이 옆으로 놓여 있다.
위장병엔 죽을 먹는 것이 좋다?
죽이 부드러운 유동식이라서 소화흡수가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위장병 환자에게 무조건 죽을 권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위장관 수술 후 오랫동안 금식을 한 경우나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아니라면 유동식이 아니어도 소화에 큰 지장이 없으며, 죽을 장기간 먹으면 오히려 영양실조에 걸릴 우려가 있다.
신 음식은 산성(酸性)이므로 나쁘다?
잘 익은 김치나 신맛의 과일을 산성이라고 생각해서 소화성 궤양환자들이 기피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음식의 산성/알칼리성 여부는 맛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태웠을 때 그 재가 산성인가 알칼리성인가에 따라 결정된다.
태운 결과로 보면 육류는 대체로 산성이며 채소와 과일은 알칼리성이다. 따라서 위궤양 환자라고 신 음식을 피할 필요는 없으며, 과일은 오히려 권장할 만 하다.
체하면 뚫는다?
보통 음식이 위로 내려가다가 걸리거나 막혔다는 뜻으로 체했다는 말을 많이 쓰지만, 실제로 이런 경우는 거의 없다. 단순히 음식을 먹은 후 윗배가 아프거나 더부룩하면 음식이 위를 막은 것처럼 느껴지지만, 내시경을 해도 음식이 걸린 현상은 볼 수 없다.
윗배가 아프거나 더부룩한 증상의 원인의 대부분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며, 특히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차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은 위의 운동장애인 경우가 많다. 예전에는 기능성 소화불량을 단순히 신경성으로 치부했지만, 최근에는 진단방법이 다양해져 원인에 따라 치료가 가능하다.
위장병의 원인은 위산과다?
위의 점막에서 분비되는 위산은 공업용 염산에 버금가는 강산(强酸)으로서, 목에서 신물이 올라온다거나 속이 쓰린 궤양환자들은 위산과다라는 표현을 많이 한다.
그러나 속쓰림이나 신트림과 같은 증상은 실제로 위산이 많고 적음에는 관련이 없다. 신트림은 식도와 연결된 괄약근이 느슨해져 위산이 역류해 생기는 것이고, 속쓰림은 위의 방어벽이 깨져 산을 견디지 못해 생기는 궤양 때문이다.
즉 연계기관들이 건강하다면, 위산의 양이 많고 적음은 병을 유발할 이유가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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