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 이렇게 보면 더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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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신문이나 방송에서는 이번 월드컵을 어떻게 관전(아마도 선수 중심으로)해야 하는지 많이 다루고 있다. 어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러가지가 있겠다. 이번 월드컵도 자신만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 여러분들도 나름대로 자신만의 시각으로 월드컵을 바라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축구의 종주국 유럽에서 축구의 발달은 역사적 발전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축구는 도시국가의 발달로 자기 도시의 세력을 과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었다. 따라서 그 역사와 함께 월드컵을 감상하면 더욱 묘미가 있다.
 많이 알고 있겠지만 개막 경기였던 프랑스와 세네갈의 경기는 개막전이라는 이유 외에도 세네갈이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다는 것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우습게도 세네갈 선수들의 대부분은 프랑스에서 선수생활을 하고 있고 프랑스 선수의 대부분은 지난 월드컵 우승 후 유럽 각 지역으로 엄청난 이적료를 받고 팔려갔다. 결국 세네갈이 프랑스 대표이고 프랑스팀은 다국적팀인가? 개막전은 결국 세네갈이 이겼고 그들은 제2의 독립을 달성한 듯 모두 기뻐하였다. 무력에 의한 전쟁이 아니라 11명이 하는 축구 경기지만 그것의 영향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속의 기쁨과 슬픔을 줄 수 있는 위대한 것이기 때문이리라. 또한 일본과 함께 H조에 속해있는 과거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튀니지의 선전도 기대해 본다.
 최근 프랑스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르펜 극우당 당수는 프랑스 대표팀내의 선수들을 향하여 프랑스 이외의 다른 민족은 떠나라는 극우적 발언으로 많은 물의를 일으켰다. 이에 프랑스팀의 최고 스타 알제리 출신의 지단은 이에 강력히 항의하였다. 프랑스 대표팀에는 과거 식민지 나라의 선수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프랑스 정신의 상징인 자유, 평등, 박애의 정신을 가장 잘 표현한 선수 구성이 아닐까 한다. 최근 유럽에서 불고 있는 극우파의 선전은 앞으로의 월드컵에서 유럽의 선수 구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 않을까? 여러 민족으로 구성된 예술 축구를 구사하는 프랑스의 선전을 기대해 본다.
 이에 반하여 독일과 사우디의 경기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극도의 부진으로 독일내에서 조차 과연 지금의 전력으로 8강까지 가능할까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사우디에 8대0으로 승리하여 이러한 우려의 목소리가 쏙 들어갔다. 190센티가 넘는 독일 공격수들 때문에 사우디의 수비가 나가떨어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기 보다는 측은한 생각까지 든다. 모두 게르만 민족으로 구성된 듯한 독일팀은 스킨헤드의 머리 스타일로 마치 KKK단을 연상시킨다. 최근 독일내에서도 국민연금 부실화와 사회불안의 원인으로 이민족인 터키인들에 대한 증오가 커져 극우주의가 출현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같은 아랍민족인 사우디아라비아가 독일을 혼내줬다면 아마도 독일 사회에서 아랍민족에 대한 눈높이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이와 함께 팔레스타인과 아프카니스탄 그리고 터키 사람들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국가뿐만 아니라 많은 아랍 사람들의 기대를 등에 지고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다.
 월드컵의 가장 큰 이슈는 '체력'이다.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후 한국팀에 주문한 최우선 과제가 체력향상이었다. 체력만이 유럽의 축구 강대국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전술이라고 했다. 독일팀의 190센티가 넘는 선수들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바이킹의 후예인 스웨덴, 덴마크 선수들의 체격을 보면서 과거 로마시대가 떠올랐다. 로마시대는 라틴민족이 세계를 주름잡고 있던 때였고 그들이 카이사르를 앞세워 거인같은 게르만 민족과 바이킹 민족을 연파하며 전 유럽을 지배했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다. 로마와 게르만의 전쟁처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유럽을 상대로 어떻게 선전을 펼쳐야할지 카이사르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고 싶다.
 최근 선거가 다가오면서 지역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하지만 유럽에도 이와의 다른 지역주의가 있다. 얼마전 포르투갈의 피구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바로셀로나 팬들에게 엄청난 욕을 먹었다. 유럽에서는 어느 나라 출신이라는 말보다는 어느 지역출신이냐가 중요하듯이 유럽의 지역주의도 상상을 초월한다. 또한 이탈리아의 중부지역을 대표하는 AS로마나 북부지역을 대표하는 공업도시 나폴리를 지역으로 하는 인터밀란 등의 경기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던 선수들이 국가대표팀에 모여 훌륭한 성적을 내는 이탈리아가 신기하다. 이렇게 보면 매번 월드컵 우승실력을 갖고 있으면서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던 스페인팀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축구와 맥주는 가장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이는 축구가 유럽의 노동자와 함께 발전한 문화적인 맥락과도 관계가 있다. 아마도 유럽에서 바라보는 축구는 역사적인 맥락과 더불어 과거 산업화로 인해 발생된 노동자들의 욕구를 분출하는 수단으로 발전한 듯 하다. 그들은 퇴근 후 맥주바(bar)나 가정에서 TV를 보면서 맥주와 함께 축구 경기를 본다. 맥주 기술이 발달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아일랜드 등이 요번 월드컵에서 어떤 성적을 낼지 그들의 맥주를 마시며 구경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어딘가에서 아일랜드가 승리하면 맥주를 공짜로 준다는데 그곳이 어디인지 찾아보자. 네덜란드가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참 아쉬운 일이다.
 최근 터키가 우리 인터넷상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터키가 과거 한국전쟁때 미국 다음으로 많은 자원병으로 구성된 군대를 참전시켰다는 이유이다. 터키는 한국을 형제의 나라로 생각하고 있으며 오직 자유의 수호라는 순수한 정신으로 한국 전쟁에 참전했기에 그 뜻이 더욱 고맙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 나라에서 경기를 갖는 터키팀에 감사의 마음으로 많은 응원을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일고 있어서 그에 따른 찬반토론이 한창이다.
 이번 월드컵에는 처녀 출전하는 팀들이 있다. 그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나라는 슬로베니아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새로 독립하여 출전한 슬로베니아는 지난 유로2000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많은 사람들의 뇌리에 남았다. 아마도 축구가 아니였다면 이번에 새로 독립한 동티모르처럼 어느 곳에 붙은 나라인지도 모르는 나라였을텐데 축구를 통하여 세계만방에 그들의 독립을 외쳤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슬라브 민족(폴란드를 포함하여)은 과거 그들의 어둡고 슬픈 역사를 치유하고 새로운 세기에 그들의 영광의 역사를 재현하기를 바라고 있다.
 요번 월드컵의 최고 명승부인 아르헨티나와 잉글랜드의 경기는 그들 과거 포틀랜드 전쟁을 연상시키며 두 나라에서는 사활을 건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에서도 양팀이 한명씩의 퇴장을 당하며 마지막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보였다. 결국 이 경기는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명승부를 연출했고 요번 월드컵에서 잉글랜드는 아르헨티나에게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 나라와 일본의 경기가 축구 이외의 다른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는 것 처럼, 그래서 때로는 '도쿄대첩' 등의 이름으로 불리우는 것 처럼 다른 나라들간의 경기도 이러한 역사적, 민족적 그리고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더욱 흥미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들은 어떤 시각으로 월드컵을 바라 보고 있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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